미뤄둔 인생 계획

내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장 지겹도록 들은 말이 있다. "아직은 즐겨도 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후회하지 않겠냐, 너무 바쁘게 산다 등등 비슷한 말들을 지인들로부터 수백 번 들어왔다. 입대를 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1학년땐 놀아도 된다는 사람들의 전제는 '고학년 땐 취업을 준비해야 하니까 현재를 즐기지 못할 거야' 이다. 전역하고 놀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전제는 '군대에 있을 땐 못 즐겼으니까 이제 현재를 즐겨야 해' 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부분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학 입시 때부터, 현재보단 미래를 준비하는 삶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선행 학습을 시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리 해두면 편하니까'라는 이유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한다. 대학에 와도, 끊임없이 다음 단계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정작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미뤄둔 채 말이다. 그렇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우린 사람마다 현재를 즐기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친구들과 2박 3일로 일본 여행을 가고, 연인과 바싼 레스토랑을 가고, 오랜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것만이 현재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틀렸다. 현재를 즐긴다는 말의 의미가 항상 쾌락적이거나 소비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에 몰입하는 것이 현재를 음미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몸을 미친듯이 갈아넣어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삶을 즐기는 방식일 수도 있다. 낯선 분야에 뛰어들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 자체가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인생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현재를 사는 방식은 다채롭다. 오늘이 '내가 생각했던 미래'가 되었을 때, 어쩌면 우린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오늘을 소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