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얼라인되지 않을 때

EO에서 줌 웨비나를 통해 다른 PM분들, 창업가분들과 줌으로 소통할 기회가 생겼다. 쿠팡, 마이리얼트립, AtlasLabs를 거쳐 카카오 PM으로 근무하시는 남규한 멘토님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40만원이라는 비싼 금액이었음에도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 강의를 구매했던 이유는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멘토링이기 때문이었다. 팀의 생존이 걸려있기도 했기에 절실했다. 다른 창업가분들의 질문과 규한 멘토님의 인사이트가 담긴 답변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이런 밀도 높은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엄청났다. 이 대화를 값어치로 매긴다면 대략 얼마일지 잠깐 생각해봤는데, 본전이 아니라 40만원은 그냥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화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어제 아산나눔재단의 정창경 예비창업트랙 면접을 보고 '탈락'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발표를 못해서가 아니다. 기술을 구현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팀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 . 근본적인 이유는 '팀이 얼라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얼라인이라고 했지만, 그냥 회의중 말이 안통해서 싸울 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웨비나에서 규한님과 다른 분들께 지금 우리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줌에 계신 모든 분들이 공감하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정상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개념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발생하는 충돌은 무조건 일어난다. 실제로 한 PM분의 고민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PMF가 맞았으니 이대로 가자는 대표 vs 이건 PMF가 아직 아니라는 팀장’ 이었다. 이 둘이 갈등하는 포인트는 각자 정의한 PMF의 개념가 다르다는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동일한 개념을 갖고 있는지, 진짜 얼라인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면 의견 다툼을 잠깐 멈추고 우리가 하는 일들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갈등하는 포인트가 정확히 뭔지 알아내야 한다. 이때 백트래킹 알고리즘으로 접근하는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이 결정을 내리는게 맞나? -> No. 우리가 이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게 맞나? -> No. 우리가 이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게 맞나? -> No. 우리가 고객에게 이 가치를 주려고 하는게 맞나? -> YES. 이렇게 모두가 Yes가 되는 지점에서 다시 차근차근 얼라인 해나가면 된다. 다만, 이렇게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누군가 나서서 비전을 구체화해서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팀원들은 언젠간 회사를 떠나고, 방향성은 상황에 따라 금방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비전이 중요하다. 공동창업자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원초적인 회사의 비전을 세팅하고, 그걸 각자 DNA에 새겨야 한다. 우리가 겪은 갈등을 성장통으로 인식하고 최대한 빨리 비전을 뚜렷하게 정한 뒤, 커뮤니케이션 룰을 만들어 정립시켜야겠다. 이것을 일찍 겪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든다. 예행 연습은 이제 여기까지 해도 될 것 같다. 모호한 비전은 팀원들의 노력이 분산되게 만들고, 분명한 비전은 팀을 하나로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