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방법
얼마 전, 멋사 알럼나이로서 ‘라이언파트너스데이’에 초대를 받아 종로에 있는 likelion 본사에 방문했다.
실리콘밸리에는 Y-Combinator가 있다면, 한국에는 멋사라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그곳에서 미국과 한국의 각 대학에서 멋사를 이끄는 대학생분들 뿐만 아니라, 멋사 출신의 창업가분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Giver’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누린 배움의 기회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온 사람들이었다.
대학에서 정한 커리큘럼 밖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next step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라이언파트너스데이가 끝나고 만난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에게 학회 논문 발표, 학술 대회 등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활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생들은 수동적이고, 정해진 커리큘럼 밖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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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링글(온라인 화상 영어 플랫폼)을 반년 넘게 이용해 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
주로 미국 대학생들과 튜터링을 진행하면서 가치관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그중 Quwen이라는 튜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Quwen은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예술가들을 위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예술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비영리 단체를 경영한다.
학업, 교육 봉사, 멘토링, 연구 활동 등등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한다.
이 모든 것들을 병행하면서 한국인들을 위해 영어 튜터링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그들의 일정은 실제로 30분 단위로 빽빽하다.
아이비리그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높은 수준의 교육의 기회를 세상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돌이켜보면 대학교 1학년 때의 나는 미국의 대학생들과 비교하며 현재의 교육 환경에 항상 불만이 가득한 학생이었다.
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면,
주변에 뛰어난 친구들이 더 많았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나 군에 입대를 해보니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내가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누려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운이 정말 좋았다는 사실을.
공부가 절실하지만, 실제로 환경이 뒷받침해 주지 못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경우를 빈번하게 접했다.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온 후임들과 선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동시에 대학교 1학년 때 누렸던 특권을 잠시 잊고 살았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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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rton School의 조직 심리학자 Adam Grant는 그의 저서 ‘Give and Take’에서 이렇게 말한다.
'Giver는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도와주느라 퍼포먼스가 떨어지거나, Taker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종종 Taker들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통계 결과에 따르면 10년 뒤에 가장 성공하는 사람들 역시 Giver다.'
여기서 핵심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돕는 것’이다.
Giver들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이유는 ‘도움을 받는 사람들 또한 다른 사람을 도울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도움의 선순환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자신에게 수십 배, 수백 배가 되어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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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 깊게 본 영상이 있다.
‘How To Live Life Without Getting Luck’라는 유튜브 영상이다.
구독자 138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Nas Daily를 만든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스라엘 북부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Nuseir Yassin는 삶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기회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영어사전을 사서 닥치는 대로 외우고 온라인에서 많은 친구를 만들며 영어를 연습한 덕분에,
그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소년이 되었다.
이스라엘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하버드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이후 뉴욕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돈을 벌었지만,
퇴사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매일 1분짜리 비디오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의 채널은 현재 Forbes의 '10억 달러 스타트업' 리스트에 올랐다.
그가 여전히 1380만 채널을 계속 확장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가진 것들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서다.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가진 경험과 배움을 공유하는건 어렵지 않다.
전문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먼저 지나온 그 문을 열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미 수많은 Giver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을 갚아내야 후련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부채감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