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꿈은 있었다
최근 해외 커리어에 관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희찬 님과 커피챗을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들 속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한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다들 대기업 혹은 네카라쿠배 취업이라고 한다.
“그러면 대기업에 가서 뭘 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다 똑같다.
“글쎄요?“ 고민해 보지 않고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한다.
부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다들 부품이 되려 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커피챗을 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00를 배워서 내 것을 해보겠다.’ 혹은 ‘기술로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공통점은 ‘나는 회사의 부품이 아니라 주체는 나다’라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동현 님은 왜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요?”라는 희찬 님의 질문에 나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막연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더 많은 기회가 있어서?, 단순히 재밌을 것 같아서?” 라고 막연한 물음표와 함께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희찬 님은 나에게 그거보다 더 큰 꿈을 가져도 된다고, 이유를 더 구체화 시켜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맞다. 미국으로 가고 싶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뚜렷한 목표 없이 미국을 동경해 왔다.
‘그냥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Just do it!’이라고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나조차 미국에서 오로지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국에 가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제는 이 고민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희찬 님은 로보틱스 분야의 더 넓은 식견과 깊은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미국 박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꿈은 로봇을 상용화시켜서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을 바꾸겠다, 세상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해도 될까 싶다.
언제부턴가 꿈 얘기를 하면 비웃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섣불리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많은 한국인은 꿈 얘기에 대해 인색하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게 현실인데, 평생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못사는데, 스펙 쌓고 자격증 따기 바쁜데 무슨 꿈 얘기를 하나.
이처럼 우리들의 어렸을 적 꿈은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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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Fei Fei Li 교수님의 ‘The worlds I see’라는 책을 읽고 있다.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ImageNet을 개발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다.
Fei Fei Li 교수님의 2009년에 발간된 ‘ImageNet: A Large-Scale Hierarchical Image Database’라는 논문은 학계에서 수천 회 이상 인용되었으며, 딥러닝의 발전을 가장 크게 가속화 했다고 평가받는 연구 성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교수님은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어 재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과학자의 꿈을 포기하려 했었다.
칼텍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다가, 몸이 불편해 세탁방 사업을 정리한 부모님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좋아하는 연구를 중단했다.
그리고 곧장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뉴욕의 유명 컨설팅 회사 McKinsey & Company에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합격 소식을 말씀드렸을 때, 그녀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맞아?, 너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왔어. 우리가 중국에서 힘들게 미국으로 건너온 이유가 아니야”
맞는 말이었다. 과학자라는 꿈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다음 날, 맥킨지에 사표를 던지고 다시 연구를 위해 칼텍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꿈을 위해서 조금은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컴퓨터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마음속의 북극성이 가리키는 곳을 끝까지 따랐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독립운동가였던 안중근 의사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과연 내가 가족을 버리고, 죽음을 무릅쓰며 온전히 독립운동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그는 조국의 독립을 되찾겠다는 숭고한 꿈을 가슴 속에서 끝까지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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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왜 시작했는지 잊어버리기 쉽다.
그때마다 이 질문들을 되새김질해 본다.
‘내 인생의 미션은 무엇인가?’
‘나의 숭고한 꿈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