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스타트업을 하며 느낀 것들

1. 투자금을 너무 일찍 받으면 멍청해진다 창업가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 중 하나는 ‘투자는 언제 받는것이 좋을까’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투자는 가능하면 안받는게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중 매체, 미디어는 마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 성공한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얼마나 유치했는지가 신생 스타트업의 성공의 척도나 기준으로 삼고 잘못된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물론 이 문제의 책임을 온전히 사회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팀 또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학교에서 약간의 지원금을 받긴 했으나,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벌지’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만 생각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무엇보다 프로덕트, 팀, 고객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물론 인맥도 실력이지만, 당장 한 달 뒤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그들에겐 네트워킹도 사치다. PMF를 찾아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않다. PMF를 찾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너무 일찍 투자를 받게 되면 피칭을 하거나 수많은 미팅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지 못한다. 즉, 머리를 쓰지 않고 돈을 쓰게 된다는 얘기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대표의 비전, 팀, 제품이 강력하게 얼라인되어 있어야 함을 뼈져리게 느낀다. 2. 진정 아이디어의 문제일까 겉만 번지르르한 말보다 직접 성과나 돈으로 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투자자들은 아이디어에 대해선 뭐라 하지 못한다. 따라서 매출 성과와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확고한 마일스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공부하고 학습하기 보단 선배 창업가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이해하고 관찰해야 무조건 유리하다. seed 단계 진입 시점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한 후 시작하는 것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어쩌면 아이디어가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대한 아이디어라는게 과연 존재할까 아이디어가 기발하던 무모해 보이던 간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흔해도, 실행에 옮겨 성과를 낸 사람에게 뭐라 하지 못한다. 3. 사업계획서는 사람의 첫인상이다 우선 심사역들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그 사람들은 하루에 수백 장 어쩌면 수천 장의 사업계획서를 본다. 어디서 본 듯 비슷하고 뻔한 아이디어가 널려 있다. 사막에서 바늘찾기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업계획서는 그 무엇보다도 ‘직접 발로 뛴 사업계획서’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창업가들은 ‘누가 이 개고생을 알아주지?’ 싶지만 매일 수백 개의 사업계획서를 보는 심사역들은 딱 보면 안다. 학교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멘토링 시간에 블루오션벤처스 이준희 대표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간절함과 땀내가 느껴지는 사업계획서인지, 그저 겉보기만 화려한 스펙용 사업계획서인지 말로 명확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그대로 느껴진다.” 완벽한 사업계획서는 절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자. 결국 고객이든 투자자든,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4. Do things that don't scale 내가 재밌게 읽은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중 'Think globally, test locally.' 라는 말이 있다. 시작부터 타겟이 너무 크면 아예 시작을 못한다. 너무 크게 생각하면 쓸데없이 많은 기능이 필요하다고 착각한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말은 그냥 주장일 뿐,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다. 물론 B2B는 처음부터 글로벌로 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몰로코, 샌드버드 등등) 처음에 로컬(한국)에서 시작해서 글로벌로 진출한다면 검증 비용이 예상치 못하게 커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하려는 말로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하고 치밀한 고객조사, 고객 인터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을 더럽히는 일은 피하기 어렵다. 신촌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소개팅앱 대표, 공스타그램 계정 3500개에 DM을 보내 홍보를 구걸하는 창업가, 대학교 기숙사에 몰래 침투해서 전단지를 돌리다 쫓겨난 경우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코딩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5. Customer-obsessed mindset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처음의 생각했던 컨셉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뚝심이고 나쁘게 보면 고집이다. 서비스의 가치는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있으면 좋은데 돈을 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는 부족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팀이 만들고 있는 제품 또한 마찬가지였다. 타겟 고객들의 니즈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로 남는다. 몇명의 잠재고객 인터뷰를 하던 도중, 예상치 못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PMF를 찾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다보면, 그들이 내가 생각했던 고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타겟 고객층이 생긴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더 노력해서 제품을 피봇해서 발전시키면 된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